2020.12.08
출처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https://surc.or.kr/changes/494)
글 | 박예하
사진 | 구태유(일오 스튜디오)
서울 도시재생기업(CRC), 암사동 「생각실험 사회적협동조합」 교육격차를 줄이는 우직한 실험정신
암사동은 서울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제일 먼저 진행된 지역 중 하나다. ‘생각실험사회적협동조합’은 이 암사동에서 만만치 않은 깊이와 넓이로 도시재생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도시재생기업(CRC)이다. 생각실험을 이끄는 김한주 대표를 만나 독특한 조합의 발자취와 미래를 물었다.
※ 도시재생기업(CRC) ‘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의 약자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설립된 단체(법인)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며, 지역에 필요한 서비스를 생산, 공급하는 기업
생각실험 사회적협동조합은 2015년 ‘안단테’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에서 시작했다. 필리핀에서 화상 영어 회사를 운영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목동에서 영어 프랜차이즈 회사에 근무하던 김한주 대표는 이 독서 모임을 만나고 회사를 그만뒀다. “사교육 영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도 괜찮지만, 독서 모임이라는 게 너무 소중한 경험이더라고요.” 이걸 직업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협동조합 기본교육을 알게 됐다. 독서 모임을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멤버들과 함께 이 교육을 이수한 게 생각실험협동조합의 시작이었다. “생각실험이라는 조합명은 제가 제안한 이름이에요. 직장을 그만둘 때나 협동조합을 제안할 때나 같이 강의를 들을 때나 ‘생각하는대로’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죠. 우리가 사업화를 통해 공동체나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지 실험해본다는 의미도 있었어요.”
독서 모임에서 도시재생 사업으로
조합을 만든 다음, 먼저 기존의 독서 모임을 다양한 계층으로 넓히고 유료화했다. 독서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유모차를 끌고 오는 어머니들이 모여 육아 다큐멘터리를 보는 모임, 유적지가 많은 암사 지역의 특징에 맞춘 역사 모임도 만들었다. 유료 모임으로 수익 모델을 만들기는 했지만 청소년과 대학생에겐 여전히 무료로 문을 열었다.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과 연계하기도 했다. 즐겁게 하는 취미 활동에서 수익을 고민해야 하는 사업으로 넘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사회적경제나 마을공동체,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과 행정의 이해가 깊은 지역이라 큰 도움이 됐다.
이들의 활동은 북 콘서트, 퀴즈 대회, 주민자치모임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등으로 기세 좋게 확대됐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도시재생과 만나게 된 건 앵커시설(주민공동이용시설)인 암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저희 집이 센터에서 걸어서 2분 30초 거리예요. 앵커시설을 짓는다는 현수막을 보고 층별 운영자를 찾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2018년 하반기, 이들은 마침내 암사 도시재생지원센터 2층에 자리를 틀었다. 주민 워크숍을 통해 정해진 2층 공간의 용도는 공동육아를 위한 대관과 교육이었다. 여기서 난제가 등장했다. “앵커시설이 완성되기 전에 사용했던 주민 사랑방이 있었어요. 암사시장 안에 위치한 공유공간이었는데, 거기에서 공동육아 하시던 분들이 시간당 3천 원 정도를 내고 공간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이 건물에 와서 냉·난방을 해보니 시간당 1만 원 이상 받지 않으면 운영이 안되겠더라고요. 수요는 떨어지고, 이 형태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보험도 들기 어려웠어요.”
암사동 도시재생 앵커(주민공동이용시설), 상상나루래
교육, 교육, 교육
주민과 행정 모두 답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용단을 내린 건 생각실험이었다. 자신의 교육장을 잃게 되면서도 서울시 우리동네키움센터 사업에 지원한 것이다. 요건을 갖추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조직도 변경했다. “암사동엔 맞벌이 부부도 많고, 연령대도 낮아서 어린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데 초등학교 방과 후 돌봄이 전혀 없는 거예요. 저희 입장에서는 공간을 잃는 거지만 공동체 전체에겐 좋은 일이기 때문에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키움센터를 시작하고 보니 새롭게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았다. 센터는 4개 초등학교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지만 보도와 차도의 분리가 미흡하고 횡단보도가 많아서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생각실험은 보행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키움센터 학부모, 앵커시설을 이용하는 주민, 아이들 안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통학로를 점검하고, 문제가 되는 사항들을 지도에 표시하는 커뮤니티 맵핑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느냐고 물으니 김대표는 손을 젓는다. “운칠기삼이라고 하잖아요. 마침 암사1동이 도시재생 지역이었고, 주민공동이용시설인 앵커시설이 들어섰고, 입주 이후 키움센터를 운영하게 됐고, 아이들 안전을 챙기다 보니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이 수많은 사업을 분명하게 관통하는 키워드는 ‘교육’이다. 김대표의 눈에 교육은 도시재생의 시작이자 공기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요소다. “이제 도시재생 지역 주민들은 사업 시작 전과는 전혀 다른 수준이 됐어요. 웬만한 강사보다 도시재생, 사회적기업, 마을 공동체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어요. 이제는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맞게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해요. 그걸 지원해주는 게 교육의 역할입니다.”
학교로 찾아가는 북콘서트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리빙랩 회의
우리동네 키움센터와 함께한 지역 축제
사업 모델을 스스로 찾는 CRC로 성장하다
독서 모임부터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국토부 인증 예비사회적기업, 서울도시재생기업이 되기까지 이 모든 요소와 단계를 직접 거쳐온 생각실험은 이제 이 분야의 ‘선배’가 됐다. “도시재생 사업을 하다 보면 사업 진행 단계마다 갈등과 어려움을 겪어요. 도시재생기업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낮고, 정책이 따라와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갈등을 조절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어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저희는 행정과 주민 양쪽과 이야기를 나누는 언어를 배우게 됐잖아요? 그걸 다른 지역에 나누고 가르쳐줄 선배가 된 거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은 올해 ‘도시재생 교육 컨설팅’을 비즈니스 모델로 CRC 사업을 만들어 ‘생각실험 2.0’ 시대를 열 참이다.
아직 2.0 모델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김한주 대표의 머리에는 ‘생각실험 3.0’이 벌써 자리 잡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에 ‘서울가꿈주택’ 사업이 있어요. 암사동이나 근처 성내2동은 오래되고 낡은 저층주거지가 많아서 ‘쇠퇴지수’가 높은 도시재생 지역으로 선정된 거예요. 주인이 대부분 70대 이상 노인분들이라 집이 고장 났을 때 어디로 전화해야 하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CRC 사업으로 서울가꿈주택 사업을 진행해 이런 부분을 해결해보고 싶어요. 노후주택 관련 정책들이 다 다른 부처에서 나오거든요. 집주인을 조합원으로 받아서 그 정보들을 모아 저희가 관리하고, 강동구 내 인테리어나 설비하는 분들을 리스트업 해서 이어주는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이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건 뭘까? “안단테 독서 모임의 캐치프레이즈는 ‘책을 중심으로 나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소비적인 삶에서 생산적인 앎으로’였어요. 저희는 시작할 때부터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였고, 지금도 그것이 생각실험 사회적협동조합의 중심 철학이에요. 지역 내의 소득 격차, 나아가 다른 지역과의 격차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이 교육격차 아닌가 생각해요. 이 모든 사업을 통해 그 격차들을 줄여나가려고 합니다.” 망설임 없고 설득력 있는 그의 말투처럼 생각실험은 쉬지 않고 ‘돌직구’를 던질 예정이다.
생각실험 사회적협동조합
사업지 암사동 설립일 ‘17. 11.01 조합원 31명 CRC 선정일 ’19.09.23 CRC 유형 ☑지역사업형 □지역관리형 업종 학습컨설팅, 일반 서적 출판 및 예술 관련 창작, 서비스 주요 사업 도시재생 콘텐츠 개발 및 교육, 커뮤니티 맵핑 프로그램 개발 및 교육, 우리동네키움센터 위탁 운영
해결하고자 하는 지역 문제 어린아이가 많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돌봄 시설이 부족하고, 보행길 안전도 미흡하다. 저층주거지 특성상 노인분들이 거주하는 노후주택들이 많다.
해결방법 우리동네키움센터, 서울가꿈주택 사업 등과 같은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지역자원과 연계한다. 지역의 변화와 개인의 발전을 자기주도적 삶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